회사 식당에 작은 도서관이 생겨 이곳 저곳 책 이름들을 둘러보던 중에 내 시선을 빼앗은 책이다. 제목부터 무언가 되게 자극적이고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어렴풋이 짐작이 가면서도 그 끝을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. 단박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표지에 대출을 하는 데까지 단 몇분도 걸리지 않았다.
책의 전체적인 느낌과 생각은, 책의 제목에 걸맞게 주인공이 써내려가는 상황과 생각이 굉장히 자극적이다. 인간으로서의 모든 죄책감, 행동과 정신의 불일치, 타락과 쾌락으로 점점 잦아들며 그 끝에 다다르는 순간을 묘사한다. 인간의 자격을 박탈한, 누군가의 기준에는 실격일 수 있는 반세상적인 글 속의 주인공이 딱해서 읽는 내내 마음이 저렸다. 이 책이 더 자극적인 이유는 저자의 서사이다. 책을 출간한 지 한 달 뒤에 불륜 관계인 이성과 동반 자살을 통해 생을 마감했다. 이 책은 다자이 오사무의 유서와도 같은 자서전적인 성격을 띤 책이기도 하다. 인간이기에 누릴 수 있는 행복, 감정이 가져다주는 생각의 기준과 가치, 인간만이 경험할 수 있는 성취감과 감정선을 느껴본 적 없을 것 같은 주인공이자 저자. 도의적인 부분을 제외하면, 결국 세상의 기준은 우리가 만든 것이지, 사람의 생각이, 감정이, 표현이 옳고 그른 것은 없다.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것. 이 책을 읽고 사람의 스펙트럼이 무한하다는 것을 결정적으로 깨닫게 되었다. 책에서는 그 스펙트럼의 가장 낮은 곳, 즉 끝을 묘사하고 있어 그 무한함이 더 자극적이고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 같다. 그 끝을 경험하는 인간이 가진 마음을 표현할 곳이, 표현할 것이 이 책 이 문장 이 단어였고 그 매개체들은 주인공의, 저자의 삶을 처절히 나타내고 있었다. 책을 읽고 나서 잠깐 숙연한 마음과 여운이 잔잔히 일었다. 소설이 아니라 자서전이라는 생각이 꽤 강하게 들어서 그런 것 같다.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읽은 책은 덮고 다음 책을 시작한다. 이 책을 덮으면서 그를 추모하는 마음, 위로하는 마음, 그의 생을 보듬고 싶은 마음으로 이 책을 기억하려고 한다.